얼마전 유부남이 되었다. 결혼을 준비하며 결혼에 관한 여러 기독교 서적 및 자료들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것들을 읽으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기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한국 목사님들 혹은 가정사역자들이 썼다는 책들에 하나같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강조하는 구절이 있다:
이러므로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의 아내와 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룰지로다-창 2:24-
이 구절은 외국저자들의 저서들에 비해 한국 저자들에 의해 쓰여진 책들 속에 훨씬 더 비중있게 다루어지는 경향을 보았다. 특히 이 구절에서 “남자가 부모를 떠나” 라는 부분에 초점이 맞추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유교문화가 강한 우리나라에서, 남자가 결혼을 한 후에도 부모님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해 “이리저리 휘둘리는” 경우가 많아 결혼생활이 어려워지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자들은 하나같이 남자가 “부모를 떠나”는 일을 확실하게 해야한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남자가 “부모를 떠나”는 일은 하나님께서 주신 명령이라는 설명과 함께 남자가 제대로 부모를 떠나지 못했을 때에 어떤 어려움들이 생길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항상 뒤따라온다. 그리고 다양한 실질적인 지침들도 알려준다. 이 모든 시도에 대한 취지를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틀린 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고민을 하면 할 수록 남자가 부모로부터 온전하게 독립하여 새로운 가정을 꾸려야 한다라는 주장에 근거로 이용되는 이 구절의 진의는 다른 곳에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한마디로 이런식의 해석은 유교적인 색채가 강한 한국의 독특한 문화 속에서 탄생한 본질을 빗겨간 해석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이런 식의 해석 때문에 이 구절에 숨겨진 더 깊은 의미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므로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의 아내와 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룰지로다” 라는 창세기 2:24의 말씀은 “남자야 내가 너한테 명령하는데 부모님을 꼭 떠나서 네 아내와 합하여 둘이 한몸을 이뤄라“라는 뉘앙스가 아니다. 그보다는 결혼을 하게되면 “남자는 자연스럽게 자기부모를 떠나게 될 것이며 그 아내와 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루게 될 것이다” 라는 의미이다. 남자보고 “너 꼭 부모를 제대로 떠나서 온전히 독립된 가정을 꾸려야한다”라고 명령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과 의지와 상관없이 남자는 결혼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부모를 떠나게 될 것이고 온전히 독립된 가정을 꾸리게 되도록 하나님께서 계획하셨다는 의미일 것이다. 쉬운 성경도 “… 아내와 한 몸을 이루게 되는 것입니다” 라는 명령조와는 전혀 다른 표현을 썼고, KJV와 NIV로 비롯한 여러 영문번역을 살펴보아도 명령이라고 부를 수 있는 번역은 없었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것은 아담은 이 땅에서 육체의 부모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굳이 부모를 이야기해야한다면 아담의 부모는 그를 손수 지으신 하나님일 것이다. 그렇다면 아담에게 부모를 떠나라고 하시는 말씀은 하나님 자신을 떠나라는 이상하게 들리는 말이된다. 하지만 아담이 예수를 모형하는 인물임을 기억한다면, 이 구절은 훗날에 오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부모이신 하나님을 떠나 신부인 교회와 연합하여 교회를 구원하시는 그림을 미리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신부된 교회를 구원하시기 위해 부모를 떠나야하는 고통을 감내하셔야했던 예수님의 모습이 아담에게 투영되어 나타난 것이다. 이것은 비단 창세기 2:24 뿐 아니라 에베소서에서도 확인된다:
… 이러므로 사람이 부모를 떠나 그 아내와 합하여 그 둘이 한 육체가 될지니 이 비밀이 크도다 내가 그리스도와 교회에 대하여 말하노라 -5:31-32-
“부모를 떠나” 라는 구절은 그리스도와 교회의 관계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창세기 2:24에 있는 “부모를 떠나”라는 구절은 “독생자 아들이신 예수가 죄인들을 구원하게 되실 것이다” 복음의 메시지를 아담과 하와의 결혼하는 모습을 통하여 보여주시고자 하신 하나님의 계획의 일부였다. 이 구절은 근본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와 긍휼이 담겨있는 복된 구원의 메시지이지, “부모를 제대로 떠나서 아내를 힘들게 하지말고 독립적인 가정을 이루어라”라는 명령이 담긴 말씀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 부모되신 하나님 아버지와의 단절이라는 고통을 경험하신 예수님의 아픔을 결혼이라는 제도속에서 모든 남자가 어떤식으로든 경험하게 될 것이고, 그 속에서 하나님의 크신 은혜와 자기 자신을 내어드려야했던 예수님의 사랑을 더욱 깊이 깨닫게 되어질 것이며, 그 과정을 통하여 연단되어지고 천국백성으로 지어져 갈 것임을 의미하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