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n Lennox의 2012 베리타스 포럼 강연: ‘초자연적인 존재에 대한 믿음은 비이성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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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포드 대학의 수학자이자, 과학철학자인 존 레녹스 (John Lennox)는 복음주의 기독교를 대표하는 지성인 중 하나이다. 그는 박사 학위만 3개를 취득했고 그 중에 하나는 옥스포드 대학, 또 하나는 캠브리지 대학에서 취득했다. 또한 언어에도 탁월한 소질이 있어 4-5개정도의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그는 가히 천재라 불릴만한 인물이다. 그는 옥스포드에서 학부생으로 수학하던 시절 유명한 기독교 변증가인 CS Lewis의 마지막 강의를 들었던 학생 중 한명이며, 그 자신도 현재 스티븐 호킹 (Stephen Hawking) 이나 피터 싱어 (Peter Singer) , 리처드 도킨스 (Richard Dawkins)와 같은 쟁쟁한 무신론자들에게 빈틈없는 논리로 기독교를 변호하는 이 시대를 대표하는 기독교 변증가이다.

필자도 2011년 캘리포니아 남가주대학 (USC) 캠퍼스에서 ‘Same evidence, different conclusions: Is “objective belief” an oxymoron?’ 이라는 주제로 있었던 베리타스 포럼 강연과 2014년 갈보리 채플 (Calvary Chapel) 에서 있었던 존 레녹스의 강연을 직접 들은 경험이 있다. 1945년생인 그는 7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열정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며 언제나 위트가 넘쳐나는 연설로 청중을 휘어잡는 힘이있는 인물이였음을 생생히 기억한다.

2012년에는 하버드 대학에서 초자연적인 존재에 대한 믿음은 비이성적인가? (‘Is belief in the supernatural irrational?’) 라는 주제로 베리타스 포럼이 주최하여 강연을 했다. 초자연 (supernatural)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자연세계를 지배하는 물리법칙을 초월하는 것이라는 설명을 시작으로 그는 신의 존재에 대한 논증을 펼쳐나간다. 그는 또한 오늘날 저돌적인 신무신론자 (new atheists)들이 왜곡한 기독교의 입장들을 하나 하나 짚어가면서 논리정연하게 설명했고, 논쟁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명료하게 설명한다. 이 글에서는 레녹스의 하버드 대학 강연의 중요한 포인트 몇가지를 짚어보려고 한다.

이성적인 과학 vs 비이성적인 종교?

수 많은 과격 무신론자들이 과학을 등에 업고 종교는 과학에 무지하고 객관적인 증거와 논리를 따질 줄 모르는 비이성적인 사람들만 믿는 체계라는 식으로 논쟁을 끌고 가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하지만 레녹스는 노벨상 수상자들을 비롯하여 여러 훌륭한 과학자들을 언급하면서 이 논쟁은 종교 vs. 과학의 구도가 아니라 자연주의 (Naturalism) vs. 유신론 (Theism)이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오히려 그는 갈릴레오, 케플러, 뉴턴, 맥스웰과 같은 현대과학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위대한 과학자들이 신실한 신앙인이었던 사실을 이야기하며 역사적으로 유신론이야 말로 현대과학을 가능케 했던 사고체계라는 점을 이야기한다. 유신론적인 세계관을 가졌던 그들은 인간의 이성으로 포착하고 설명할 수 있는 질서정연한 법칙을 신이 자연세계에 부여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기 때문에 현대과학의 초석을 놓을 수 있었다는 말이다.

레녹스는 더 나아가서 자연주의적인 세계관이 진리의 추구에 있어서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레녹스가 설명하는 논증이 소위 말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기독교 철학자인  앨빈 플란팅가 (Alvin Plantinga)가 주창한 Evolutionary Argument Against Naturalism (EAAN) 이다. 이 논증은 사실 CS Lewis가 자신의 책 <기적>에서 이미 다룬 내용을 플란팅가가 좀 더 철학적으로 정교하게 다듬고 발전시킨 것인데 계속 위로 거슬러 올라가면, ‘인간의 마음이 가장 하등한 동물에서 발전돼 나온 것이라면 그 마음에서 나온 대단한 결론들을 신뢰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했던 다윈에게 까지 올라가게 된다. 레녹스의 핵심은, 자연주의적 세계관에서 말하는 진화론이 사실이라면, 모든 것은 살아남기위해 생존에 가장 적합하게 진화하는 것이지 진리를 가장 잘 포착하는 형태로 진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현대 생물학의 큰 기둥인 신다윈주의 진화론은 자연주의적 세계관과 매우 불편한 관계 또는 양립 불가능한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플랜팅가의 EAAN 논증에 대한 더 자세한 설명은 이곳을 참조.

뿐만 아니라 자연주의자들은 우주가 닫힌 체계 (closed-system)라고 말하며, 우주의 모든 것이 물리,화학적인 작용들로 환원된다고 설명하기 때문에, 모든 자연세계를 설명하는 과학이론들과 수학공식들같은 비물리적인 것들 조차도 물리, 화학적인 작용들의 결과라고 주장해야하는 난감한 상황에 봉착하고 만다는 점을 레녹스는 잊지않고 강조한다.

자연세계는 닫힌 체계 (closed system)인가?

무신론자들은 종종 자연세계는 닫힌 체계이고, 자연은 이미 밝혀진 자연법칙들에 의해 돌아가고 있기때문에 기적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바다가 갈라지는 사건이나, 물이 포도주가 되는 사건, 그리고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죽었다가 부활한 사건같은 성경에 기록된 여러 기적들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레녹스는 매우 위트있게 설명해버린다. 금고에 1000불을 어제 한번, 또 오늘 한번 넣어놓고 내일 금고를 열었을 때 500불만 들어있다면 그것은 사칙연산법칙이 깨져 기적이 일어났기 때문이 아니라, 누군가가 금고를 열고 훔쳐간 것임이 분명한 것과 같이, 우주안에서 부활과 같은 기적이 일어났다면 그것은 자연법칙이 깨진 것이 아니라, 우주를 초월하는 초자연적인 존재가 우주밖에서 이러한 특별한 사건이 일어날 수 있도록 조정한 것이라는 것이다. 아마 이 강연에서 가장 위트있는 비유가 아니였나 하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기독교인들이 예수님이 부활했다는 주장을 할 때에 우리가 알고 있는 자연법칙을 무너뜨리는 어떤 다른 자연적인 방법으로 부활했다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자연법칙을 초월하는 초자연적인 존재가 밖에서 이 사건이 일어날 수 있도록 조정했다는 레녹스의 설명은 기적에 대한 많은 오해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설명인 듯 하다.

과학이 진리에 이르는 유일한 길이다?

20세기의 유명한 무신론자이자 철학자였던 버트란트 러셀 (Bertrand Russell)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과학이 알려줄 수 없는 것은 인류가 알 수 없다’. 과학만이 지식을 알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러셀은 자신이 한 이 주장이 과학적 주장이 아님을 생각하지 못했고, 망신살 뻗칠만한 논리적인 오류를 범한 것이다. 러셀보다는 ‘나는 어디에서 왔으며, 삶의 의미는 무엇이며,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어린아이의 질문에도 답할 수 없는 과학의 한계를 인식해야한다’고 말한 노벨상 수상자 피터 메다와 (Sir Peter Medawar) 의 말이 훨씬 더 설득력 있는 주장일 것이다.

매케니즘과 에이전트

레녹스가 강조하는 내용 중에 또 하나는 메케니즘과 에이전트는 다르며 각각 별개의 설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포드 자동차를 설명하기 위해선 엔진의 작동원리와 같은 메케니즘을 다루는 설명이 있을 수 있는가 하면, 이 메커니즘을 설계한 헨리포드라는 사람을 설명으로 제시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말은 결국 과학이 아무리 발전하여 예전에는 설명될 수 없었던 자연현상들 (메케니즘)이 설명가능하게 되어진다 하더라도 그것 자체가 그 자연현상들을 설계했을 수 있는 초자연적인 존재 (에이전트)의 부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부분은 레녹스가 2008 년에 옥스포드 대학의 자연사 박물관에서 리처드 도킨스와 벌였던 논쟁에서도 줄기차게 설명했던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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